한민족의 국통맥
환국, 무병장수를 누린 황금시대
인류 시원 국가, 환국
인류사를 거슬러 올라가면 인류가 모두 한 형제가 되어 살았던 시절이 있었다. 일찍이 바이칼호를 중심으로 문명을 꽃피웠던, 유라시아 인류의 초기 국가가 있었다. 바로 환국(桓國)이다. 『삼국유사』에는 ‘석유환국(昔有桓國)’이라 하여 한국사 최초의 국가를 기록했고, 『환단고기』에도 ‘오환건국최고(吾桓建國最古)’라 하여 한민족사의 기원을 밝히고 있다.
환국은 대한민국만의 시원 국가도 아니고 유라시아 대부분 국가들의 시원이 되는 나라이다. 그런데 환국에 대한 체계적 기록을 가지고 있는 나라는 한국이 유일하다. 그래서 한국의 기록을 중심으로 환국을 살펴본다.
한국사 시작을 이야기하라면 보통 단군조선이라 답한다. 그런데 단군조선에 관한 기록이 담긴 『삼국유사』 의 기록은 단군조선보다 더 거슬러 올라가는 한국사의 국통맥을 찾을 수 있는 단초를 제공한다. 『삼국유사』 의 기록은 신화가 아니라, 환국, 배달, 단군조선으로 이어지는 한국사의 국통맥을 아주 짧고 간결하게 기록한 것이다.
한민족의 역사는 삼성조 시대로부터 시작되었다. 환인의 환국, 환웅의 배달국 그리고 단군의 조선으로 이어졌다. 환국은 7대 환인이 3,301년간 통치했고, 배달은 18대 환웅천황이 1,565년간, 그리고 고조선은 47대의 단군이 2,096년간 통치하여 고대사에 전성기를 누렸다.
강단사학계는 환국, 배달을 이야기하는 『환단고기』의 기록은 역사가 아니라고 배척하고 터부시하며 외면한다. 그러나 환국 시대보다도 빠른 1만 2천 년 전 괴베클리 테페 유적이 발견되었고 환국, 배달국, 옛조선과 같은 때의 홍산문화(요하문명) 유적도 발굴되었다.
2021년 11월, 세계 최고 권위의 과학잡지 <Nature>지에, 「Triangulation supports agricultural spread of the Transeurasian languages」라는 논문이 실렸다. 독일 막스플랑크 연구소의 로베이츠(Martine Robbeets) 교수 연구팀을 중심으로 10개국 연구팀이 언어학, 고고학, 유전생물학 분야를 종합하여 연구한 논문이다. 그 결론은, 한국어, 몽골어 등 흔히 알타이어로 불리는 트랜스유라시아어족의 기원이 9천 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가는 중국의 요하 일대 농업지역이라는 것이었다. 이 지역은 환국의 강역으로, 네이처 논문은 약 9천 년 전 환국의 역사를 방증하는 중요한 연구이다.
시간이 지날수록 『환단고기』에서 전하는 상고사가 사실로 드러나고 있다. 게다가 『삼국유사』에는 환인의 환국, 환웅의 신시(배달), 단군의 조선으로 이어지는 국통맥이 쓰여 있다. 이런 문헌 기록을 바탕으로 우리 상고사를 바르게 복원해야 한다. 먼저 그 시작인 환국을 알아보자.
12 환국
『환단고기』에는 환국이 천산 동쪽에 열두 분국으로 남북 5만 리, 동서 2만 리에 걸쳐 있었다고 하였다. 그 열두 나라는 비리국, 양운국, 구막한국, 구다천국, 일군국, 우루국, 객현한국, 구모액국, 매구여국(일명 직구다국), 사납아국, 선비이국, 수밀이국이다.
『진서(晉書)』사이전(四夷傳) <비리 등 10국조>를 보면, 이 12국 가운데 비리국, 양운국, 구막한국, 일군국의 이름이 보인다. 우루국은 『당서(唐書)』 「북적전(北狄傳)」에 기록이 보이고, 구다천국과 매구여국은 『삼국사기』에 구다국(句茶國)과 매구곡(賣溝谷)이란 이름으로 남아 있다.
그렇다면 기록에 나오는 ‘남북 5만 리, 동서 2만 리’를 어떻게 보아야 할까? 『晉書』 四夷傳에는 거리를 ‘마행일’로 기록했으며, 마행일 하루를 100里로 환산하였다. 마행일馬行日은 말을 타고 하루에 간 거리를 말한다.
비리국은 숙신의 서북쪽(동몽골지역)에 있는데 말을 타고 200일을 가야 한다. 양운국은 비리국에서 말을 타고 또 50일을 가야 한다. 구막한국은 양운국에서 또 100일을 가야하며, 일군국은 구막한국에서 또 150일을 가야 하는데 이를 계산해 보니 숙신에서 출발한다면 모든 거리를 합산하여 5만여리를 가야 한다.(『晉書』 卷九十七 列傳, 第六十七 東夷.)
(숙신에서 비리국까지 말 타고 200일 → 비리국에서 양운국까지 말 타고 50일 → 양운국에서 구막한국까지 말 타고 100일 → 구막한국에서 일군국까지 말 타고 150일)
말을 타고 간 시간이 총 500일(200+50+100+150)이 걸렸는데, 그 거리를 5만여 리라 한 것이다. 고대의 거리는 지금처럼 정돈된 ‘도로'를 기준으로 하여 직선적으로 묘사한 것이 아니다. 평지의 직선거리와 산의 능성을 타고 계곡 길을 돌아돌아 가는 거리는 분명히 다르다. 거리를 표시하는 법은 중국과 우리가 달랐고, 시대에 따라 조금씩 변하기도 했다. 긴 거리는 말을 타고 간 날수인 마행일(馬行日)을 썼다.
또한 『삼국유사』 고조선 조에는 “환인께서 삼위태백을 둘러보고 가히 홍익인간이라”는 구절이 나온다. 여기에서 ‘삼위태백(三危太伯)’은 삼위산과 태백산을 말한다. 삼위산은 감숙성 돈황현에 있고 태백산은 지금의 백두산으로 볼 수 있다. 삼위산에서 태백산까지의 거리가 얼마인가를 생각해보면 당시 환국의 강역을 대강 추정할 수 있다.
무병장수했던 환국시대
환국은 7대 환인이 3,301년간 통치했고 열두 분국이 남북 5만 리, 동서 2만 리에 걸쳐 있었던 나라였다. 일곱 분이 3천 년을 넘게 다스렸다는 것인데, 한 분이 평균적으로 약 470년을 다스린 셈이 된다. 그래서 환국에 관한 기록을 믿을 수 없다는 사람들이 있다.
그런데 인류의 시원 국가인 환국 사람들은 ‘조화신의 신성이 구현된 때’로 천지의 광명을 직접 체험하며 무병장수하는 신선의 삶을 누렸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환국은 3,301년의 역사를 1세 안파견(安巴堅) 환인, 2세 혁서(赫胥) 환인, 3세 고시리(古是利) 환인, 4세 주우양(朱于襄) 환인, 5세 석제임(釋提壬) 환인, 6세 구을리(邱乙利) 환인, 7세 지위리(智爲利) 환인 등 7세에 걸친 환인천제가 이끌었던 무병장수 문화시대였다.
우리나라의 신선 계보를 적은 『청학집』에는 환인을 동방 선의 최고最古 조상으로 기술했다. 『환단고기』에 나오는 ‘오래도록 사시며[長生久視] 항상 즐거움을 누리셨다.[恒得快樂]’(「삼성기」 상), ‘도를 깨쳐 장생하니[得道長生] 온 몸에는 병이 없었다[擧身無病]’(「삼성기」 하) 등의 기록에서도, 환인의 ‘평균 재위 기간 470년’이 결코 불가능한 것이 아님을 알 수 있다. 이를 통해서도 환국은 인간이 선仙의 경지에서 살았던 조화 시대였음을 유추해 볼 수 있다.
환국뿐만 아니라 상고 시절에는 인류가 무병장수 했을 가능성이 높다. 구약에 따르면 아담은 930세를 살았고, 아담의 아들 ‘셋’은 912세, 에노스는 905세를 살았다고 기록되어 있다. 노아의 방주로 유명한 노아도 500세가 넘어서 셈과 함과 야벳을 낳았다. 구약의 기록이 정확하다면 7세 환인이 3,301년을 다스렸다는 기록도 있는 그대로 보아야 할 것이다.
『장자莊子』 「마제馬蹄」편에는 “혁서赫胥씨 시절에는 백성들이 편안히 살면서 다스림을 몰랐고, 여행을 하지만 가야 할 곳을 몰랐다. 젖을 물고 기뻐하는 아이처럼 배를 두드리며 놀았으니 ….(夫赫胥氏之時, 民居不知所爲, 行不知所之, 含哺而熙, 鼓腹而遊.)” 라고 하여 2세 혁서 환인 시절의 평화스러운 삶을 전했다. 서양의 고대 문명 연구가들은 인류의 역사의 초기를 ‘황금시대(the golden age)’라 부르며, 당시 사람들은 전쟁을 꾀하지도 않았고, 사람을 대규모로 살상하지도 않았다고 한다.
12분국 중 수밀이국과 우루국이 보인다. 흔히 세계최초의 문명이자 서양문명의 뿌리로 일컫는 수메르 문명과 이름이 유사하여 그 관련성을 추정해 볼 수 있게 한다. 수메르인들은 동방의 산악지대에서 왔고, 검은 머리에 교착어를 사용했다는 사실로 보아 동방의 산악지대에서 현재의 중동 지역으로 옮겨갔다는 것을 알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