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17 - 월간 대한사랑 7.8월호 통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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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 7·8


                          념이었던 나라입니다. 천자문 배우고 공자왈 맹자왈 했던 어린 아이들도 다 아는

                          상식 중의 상식이 ‘태극도’와 ‘팔괘’였습니다. 그런데 중국사신이 회담에서 이를
                          한번 언급했다고 태극기 설계자라고 말할 수 있을까요? 더구나 조선은 이미 오

                          래 전부터 좌독기(坐纛旗: 낙서와 팔괘, 태극이 결합된 군사용 깃발)를 사용해왔
                          습니다.

                             조선사람들에게 깃발에 사용되는 태극과 팔괘가 전혀 새롭지 않았습니다. 더
                          흥미로운 점은 회담 날짜입니다. 마건충이 태극도와 팔괘를 언급한 회담 기록은
                          1882년 음력 4월 11일인데, 이날은 양력으로 5월 27일입니다. 실제 한미수호통

                          상조약은 5월 22일에 체결됩니다. 5일 전 조약에서 이미 역관 이응준이 제작한
                          태극기가 이미 사용되었는데, 5일이나 지나서 태극도와 팔괘를 언급하고 있습니

                          다. 마건충이 조약 당일 태극기를 보지 못했을까요? 기록을 보면 그것도 아닙니
                          다. 5월 22일 수호통상조약 체결식 끝나고 진행한 김홍집과 마건충의 회담기록

                          을 보면, 마건충이 ‘역관 이응준 소매에서 꺼낸 일본기와 유사한 깃발(태극기)’을
                          언급하여 태극기를 직접 봤다는 발언이 남아있습니다. 그러면  마건충은 왜 5일

                          이나 지나 뒷북을 쳤을까요? 아마도 북양대신 이홍장이 주장한 청운홍룡기를 관
                          철시키지 못했기에 이를 만회하기 위한 노력이었을까요! 어쨌건 ‘팩트 체크’ 결과
                          태극기는 중국 사신 마건충이 고안하거나 설계한 결과물이 아닙니다.



                          05. 태극을 사용했던 오랜 전통

                            태극과 팔괘 도안은 19세기 후반에 급작스럽게 등장한 문화 상징이 아닙니다.

                          태극문양의 전통은 생각보다 오래되었습니다. 6세기 고구려 벽화에 보면 어떤
                          인물이 땅바닥에 뭔가 그리는 장면이 있는데, 자세히 보면 팔괘를 설명하는 듯한

                          모양새입니다. 이 벽화에 나오는 ‘팔괘 도안이 별거야?’ 생각하기 쉬운데. 역사상
                          가장 먼저 팔괘를 원형으로 배치한 그림입니다. 팔괘를 원형으로 배치하여 자연

                          변화원리를 설명하는 발상 자체가 동양철학 사상 역사에서 획기적인 장면입니
                          다. 아직까지도 이 벽화보다 이른 팔괘 원형 도안은 아직 발견되지 않고 있습니

                          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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